

동굴의 관리인은 늘 조용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는 어떤 야망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따뜻했던 그것은 식어갈 때 비로소 완전하고 또렷한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동굴의 결정처럼 거대하고 아름답게 말이다.
동굴의 관리인은 말했다.
아직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고.
여전히 그곳은 미궁이라고.
그러니 그가 그린 지도는 그곳을 나타내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었다.
관리인의 집에는 많은 화분들이 있었다.
그중 관리인은 세 개의 화분만 맡아서 길렀다.
그것 중 하나는 오렌지나무인데 관리인이 어릴 적부터 키우던 것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그것은 죽었고 목숨을 다할 때까지 열매는 한 번도 달리지 않았다.
그는 꽃과 식물을 좋아했다.
그러나 오렌지나무가 죽고는 어떤 안도감을 느꼈다.
그의 글에도 나무와 물에 관한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했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에 관리인은 종종 산책을 나갔다.
동굴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관리인의 일과는 매우 단조로웠다.
그는 작고 사소한 날들을 기록했다.
별것 아니지만 그것은 그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일기에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관리인은 시간이 남을 때면 오븐을 돌렸다.
빵을 만들기도 했고 쿠키를 굽기도 했다.
관리인은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일들을 했다.
바느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날도 있었다.
가을쯤에는 늘 목도리를 떴다.
그의 아주 어릴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의 그림 속에도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그는 다양한 일들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였다.
그는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있었지만 그의 옆에는 언제나 쓰는 일이 있었다.
어딜 가든 글을 쓰는 일을 생각했다.
그는 바깥에서 음악을 듣지 않았다.
항상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걸었다.
동굴의 세계가 내는 목소리에 언제나 귀를 기울였다.
때때로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을 흥미로워했다.
그러나 관리인은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엉뚱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상한 상상을 가끔 재미있어했다.
그는 어딘가 상상과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 같지만 현실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겁이 많았다.
자주 덤벙거렸다.
그래서 동굴의 세계는 어쩌면 그에게 위험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엉뚱함으로 동굴의 새로움을 발견했다.
그는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굴의 세계에서만큼은 무언가를 함부로 시도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갑자기 산에 가거나 갑자기 꽃을 사거나 갑자기 미술관에 가거나 갑자기 오븐을 돌리거나 갑자기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종종 말했다.
(안녕하세요.
첫 번째 인사글에 이어서 3인칭 소설 형식으로 저의 소개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저라는 사람, 그리고 원형동굴 페이지의 정체성을 알아가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