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닳도록 무늬가 밀려간다 물밑에도 밀려나는 힘이 있어서 멈추지 않는 모양으로 굳었다

무릎이 닿도록 그 세계의 청년들은 얼음호수를 가로지른다 스케이트화를 신고 뛸 때마다 칼자국이 났다

얼음은 끄떡없는 뼈대를 가져서

골격만 있는 해골이어서

만지면 얕게 녹았다 청년은 말했다

모두 걷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함께 둘러앉아

호수가 모두 녹기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고드름이 되는 콧물을

기르고 싶었다.

우리는 춤추고 싶지 않아도

미끄러진다

조금 더 매끄럽도록

언 풀을 매만진다

높이 나는 법을 알지 못해서

못하는 건 더 하고 싶었다

공중에서 미끄러지고 싶어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테니까 튼튼한 관절이 필요 없을 테니까

롤러가 조립된 발바닥을 가지고 싶어

힘껏 미끄러져서

뇌진탕에 걸리고 싶어

잠시 눈이 부셨다

팽글팽글 도는 눈을 가지고 싶어 고장 난 오르골처럼 계속 돌아가는

얼음은 굴릴 때마다 녹는

이곳은

뭍이 없는 곳인 것 같았으니까

누가 밀쳐 허우적거리는 물속에서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았다.

이곳의 물이 얼어붙던

시간을 향한

물밑의 시간은 함께 얼어

정지해 있을 테니까

수달과 오리 같은 것들은 모두 얼어 표본이 되었을 테니까

둘러앉은 우리는

호수의 견본이었다

아른거리는 빛은 내가 만든 것이었다

호숫가에서 우리는 성경공부했다

그런 장면은

어딘가 경건할 것 같고 무거울 것 같고 나약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 같지만 밝다 청년들의 노래는 맑고

다 함께 모여 만화책을 보는 일은

우리를 멀리 보내줄 것이다

개구쟁이로 만들어줄 것이다

여럿을 따르고 싶었다

날면서 울면

추락할 것 같다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을 거야

절대로

청년은 말했다

신발을 신으면 항상 발에 잡히는

물집을 터트려서 뜨지 않았다

이것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결빙이다

수중식물과 흰 번개와 뾰족함과

순해지면

짧아지는 빛일 테니까

부드러우면

약하지 않은 얼음 속에서는

몸이 하나씩

고장 날 것이다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솟았다

반만 먹겠다고 했는데

막대기만 남겼다.

설산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짜릿할 거야

함께 모여 시를 읽는 동안에는

굳어가는 물속에 있었다

눈을 감는 동안

도망쳤다

차가운 혀를 가지고 싶었다 아무 느낌이 없는

무심코 고꾸라져 버린 세계에서.

오들오들 떨며 읽을 시를 쓰고 싶어졌다

(*)

(조각 : 이웃에게 받은 어느 문장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