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월 65일 水
원에 가까우나 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각이 많아서 모난 구석이 많이 존재로 자주 오해를 받고요. 각이 많아서 어쩌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조약돌이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정확히는 돌이 되는 꿈이었습니다. 돌들이 무더기로 쌓인 돌무덤에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느 별에서부터 날아온 돌과, 절벽으로부터 깎여나온 돌과, 작은 자갈돌까지 뒤섞여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 중 하나의 돌이 되었습니다. 꿈속에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그곳에 속해 있었습니다. 돌이 되어보는 것도 제법 좋은 일이었습니다. 입체가 되어보는 일이었습니다. 주위는 조금 어두웠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각각의 면들이 각각의 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백이십오 개보다 조금 더 많은, 혹은 조금 더 적은 면을 가진 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돌이었던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모든 것들이 틀린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이. 백이십오 개의 변 중에서 하나가 달아나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백이십사의 존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나자 입체에서 다시 평면이 되었습니다.
1월 220일 木
한여름에는 수영장에 자주 가고는 한다. 반은 물에 잠기고 반은 물에 뜨는 몸을 가졌다. 백이십오 개의 변들이 물에 젖은 채로 빙글빙글 나아간다. 물에 젖어도 볕에 덩그러니 있으면 금세 마르는 몸을 가졌다. 햇빛이 쏟아지는 곳에 서 있으면 백이십오 개의 변들이 더욱 반짝인다.
변들이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좋았다.
얼음을 접시에 담는다. 그리고 그것을 방으로 가져간다. 그런 다음 얼음이 담긴 접시를 내려다본다. 정육면체의 얼음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본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본다. 얼음이 다 녹으면 새로운 얼음을 꺼내온다. 구 모양의 얼음을 꺼내온다. 구에서 물이 되는 장면을 다시 바라본다.
그 일을 반복하니 저녁이 되었다.
55월 1일 土
오백이십구 개의 각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그는 나보다 사백하고도 네 개의 각을 더 가지고 있다. 다 큰 우리는 놀이터에서 시소를 탔다. 자꾸만 한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각이 더 많으면 뭐가 좋아?
하고 내가 물었다. 그러자,
언덕에서 잘 굴러. 멈추지 않고 굴러. 기억나지 않아? 우리 학교 다닐 때 말이야. 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돌아올 때, 너보다 내가 더 빨리 내려왔잖아. 그리고 또 좋은 점은 (…)
거기까지 그는 말을 이었다.
1001월 101일 水
그날은 아무 생각 없이 달렸어. 곤두박질쳤어. 다행히 죽지는 않았어. 죽지 않았으니 일기를 쓰고 있겠지. 너무 당연한 소리를 했구나. 그래도 죽지 않았어. 죽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었어. 왜 그날이 문득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어. 오늘은 자화상을 그리고 싶은 날이었어, 크레파스를 손에 쥐었는데 막막했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스케치북을 덮었어. 오늘은 어린아이가 되었어. 어쩌면 무엇도 될 수 있고, 무엇도 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 그런 기분이야. 백이십오라는 숫자에 딱 들어맞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떠날 거야. 모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더 흥미로워질 것 같아. 어디로 향할지 정하지도 못했어. 그곳에서 백이십오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있지, 나는 지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나는 거야. 아마 곧 떠나는 중일 거야. 누구에게 하고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어. 일기야. 나에게 쓰는 편지야. 이 일기를 발견하게 되는 누구라도 건강했으면 좋겠어. 끊임없이 굴러가고 있고, 백이십오 개의 각들을 여기저기 부딪치고 있는 일기야. 편지야.
995월 44일 月
오백이십오 개의 각을 가진 도형이 되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