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한 권승섭이 있었고 1988년 서울에서 출생한 권승섭이 있었고 2002년 경기 수원에서 출생한 권승섭이 있었고 2006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한 권승섭이 있었다.*)
[2002년 5월]
나의 어머니는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31일에 나를 낳으려 했다. 31일이 안 되면 28일이나 30일이나 1일에 낳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두 아닌 29일 10시 5분에 나를 낳았다.
[2002년 6월]
나의 어머니는 출생신고 전까지 나의 이름에 대해 고민했다. 승섭과 준섭이라는 이름 중 나의 어머니는 준섭을 선택했고,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승섭을 선택했다.
[2004년]
추석이었다. 나는 큰집에서 넘어져 코를 다쳤다.
[2006년]
나는 유치원에서 한 살 어린 동생에게 얼굴을 잔뜩 꼬집히고 파여 왔다. 나의 아버지는 열이 받아서 울그락불그락 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왜 따라서 꼬집지 않았어?” “동생이잖아요.” 내가 그렇게 대답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2007년]
종이를 먹다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혼이 났다.
[2009년 3월]
초등학교 입학(집보다 먼 곳으로 배정받음. 그의 에세이 ‘타임캡슐을 태운 21세기 타임머신’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음.)
[2010년]
처음으로 계란찜 만들기를 혼자 시도했다. 물을 넣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단단한 계란찜이 되었고 당근은 설컹거렸다.
[2011년]
일 년 동안 체육시간마다 피구만 했다. 점심시간에는 사자놀이라는 게임을 친구들과 만들어서 했다. 술래가 사자처럼 아이들을 무는 게임이다. 원시인놀이라는 것도 만들었는데 점심시간이면 돌을 갈고 나뭇가지를 깎고 놀았다.
[2012년]
미술시간에 조 친구들과 고무점토로 제사상을 만들었다. 교내 수묵화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2014년]
과학시간 산소만들기 실험에서 비커를 깨먹었다.
[2015년]
중학교 입학
[2015년 3월]
사진관 문이 닫기 전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다가 머리가 흩날린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2016년]
영재학급 문예창작과에 들어가겠다고 들떴다.
[2017년]
일 년 동안 영재학급 문예창작과에 다녔다.
[2017년 8월]
운동장에서 물총놀이를 하다가 물바가지를 뒤집어썼다.
[2017년 9월]
나는 조 친구들과 심폐소생술이라는 융합수업 주제를 가지고 연극했다. 대본을 만들고 촬영을 했으며 병철이라는 인물로 연기했다. 나(병철)는 극 중 근호에게 뺨을 맞았다.
[2018년 3월]
고등학교 입학
[2018년 6월]
나와 파트 친구들은 단편소설 과제를 해오지 않아 파도타기로 선생님께 꿀밤을 맞았다.
[2019년 4월]
벚꽃 핀 언덕에서 단체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나는 죽은 민들레를 콘크리트 벽돌 위에 올려놓고 친구들과 추모했다.
[2019년 5월]
금요일 방과 후에 갔던 미술관에서 나는 친구와 춤을 췄다.
[2019년]
(*)
[2019년 7월]
낭독회 영상에서 배우로 연기했다.
[2020년]
나는 대학에 합격한 후 전공실에서 뜨개질을 했다. 목도리를 만들었는데 세 번 풀었다가 다시 떴다.
[2021년]
대학교 입학
[2021년 7월]
반짝이고 투명한 느낌이 나는 ‘여름 판타지’ 영상을 제작했다. 스무 살의 여름을 기억하고자 찍어놓았던 영상들을 시의 문장에 맞게 이어 붙였다.
[2021년 10월]
따뜻하고 맑은 세계를 꿈꿨다.
[2023년]
권시인이 되었다.
[2023년 2월]
유리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맑은 세계를 꿈꿀 것이다.
*) 이것은 2002년 5월 경기 수원 출생 권승섭의 생애연보로 스무 살 전, 그러니까 그의 어린 시절만을 다루고 있는 생애연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