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정자 아래에 벌들이 집을 지었다 꽃가루를 물어와 꿀로 집을 채운다 단꿈을 위해 복권 종이에 숫자를 채우는 아버지처럼,

모래 위에는 아이들은 없고 벌들만 웅웅거렸다 그해 여름 크레인들이 짓누른 밀랍들이 하나씩 녹아내렸고 가벽을 따라 한참을 돌아 학교를 다녔다 동네 사람들은 새집을 찾아 떠났고

동그랗게 소분한 반죽은 흘러내리면서 익는다 흘러내릴 것만 같은 날씨야

사람은 흘러내리지 않아요

매미가 울다가 기절한다 둔탁한 음이 나무의 파동을 타고 나오고

뭉개진 소란들

뭉그러진 빛

기계는 때려서 고친다

다시 쿠키가 익어가고 있다

모래놀이터의 성들이 가라앉는다 그곳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무너지는 성에 있는

꿈을 꾼다

오븐 속에 불타는

우리들에게

젊은 문지기는 대피하라 하지만

나는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몇십 년을 멀쩡하던 나무가 야위어간다 나무가 죽어가니 새들과 아이들도 병들어갔다

왕이 살지 않는

성은 성의 주인이고

모래가 사람이 되어서

에셔의 그림 속 풍경이 녹는다 흰 새와 검은 새의 구분 없이 주저앉고 있었다 날아가고 있었다 생각이 분해되는 동안 새들의 날개 뼈가 일그러지고 또 단단해진다

한 나무에서 둘 매미가 울어도 다른 가지에서 운다 매미는 서로 다르게 맴맴거리고 벌들은 똑같이 웅웅거린다

무너지는 성 안에서

우리는

죽어가는 기사였는지도

모른다

꿀을 물어오기 위해 나온 별들이 떠다닌다

달의 테두리가 희미하고

달빛이 흘러내려도 달이구나 안다

기억들이 조금씩 수거되었다 다시 채워졌고

자루에 담겨 벌집이 수거되었다 여름이 수거되고 있었다

본색을 드러내지 말자고

대신 꽃을 드러내자고

여왕벌이 죽으면 모두 죽어버리는 벌

외롭다 생각하면 쓸쓸해지는 탑

홀로 내다보며

단꿈을 꾼다

불 켜진 집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고

한낮을 떠올리면 나를 쏘기 위해 달려드는

이건 나만 읽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