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꿈속에서 보낸 이가 소년의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난다면 (...)

(양안다, 「꿈속의 꿈속의」 부분, 『숲의 소실점을 향해』, 민음사, 2020)

이 세계가 꿈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주 어렸을 때였다. 그 가설을 밝혀낼 수 있다면 인류사의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한 두려움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 이 세계가 꿈속이라면, 너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이라면, 내가 '나'가 아니라면,

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꿈의 확장에 대해 생각했다. 1세계의 '나'가 꿈을 꾸면 꿈속의 '나'는 2세계의 '나'이고, 다시 2세계의 '나(꿈속의 나)'가 꿈을 꾸면 그 속의 '나'는 3세계의 '나(꿈속의 꿈속의 나)'가 되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999번째, 어쩌면 그것보다 더 무한대로 늘어나는 다중세계에 살아가는 수많은 '나'들 중 한 명이 내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세계가 꿈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이 너무나 선명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꿈의 세계에 대해서는 믿고 싶다.

어릴 때 나의 방 천장에는 야광별이 있었다. 야광달도 있었던 것 같다. 천장이 높아서 그것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꿈'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별'로 가는 여행이라고 이해했던 것 같다.

지금은 꿈을 여행이라 생각하면 허무해진다. 그렇기에 꿈은 가면을 쓰고 하는 파티, 혹은 연극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꿈의 세계는 현실세계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듯하면서도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일이 벌어진다. 그런 면에서 시의 세계와도 닿아 있다고 느낀다.

어쩌면 꿈은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기에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꿈도 현실과 비슷한 세계. 그러니까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 같은 구분으로 현실과 꿈을 나누었다면 꿈이라는 공간과 세계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개꿈을 많이 꾼다. 특히 현실의 사람들이 엉뚱한 조합으로 만나는 꿈을 꾼다. 개꿈을 꾸는 이유는 어떤 불안과 걱정 같은 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꾼 꿈들에 대해 말해보자면,

거대한 비행물체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임무를 수행하여 탈출하는 꿈.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다가 친구를 죽이는 꿈. 기차에서 내리자 가족 한 명이 실종된 꿈. 매번 같은 육교에서 검은 조직에게 쫓기는 꿈. 백발의 할아버지에게 알록달록한 보석을 선물 받는 꿈. 내가 불편해하던 사람들을 만나는 꿈.

더 말하자면 끝도 없이 많을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꿈도 많을 것이다.

꿈이라는 세계는 '망각', 혹은 기억의 상실과 소실을 동반하기에 독특하게 다가온다. 마치 어떤 만화영화에서 꼬마 마법사가 현실에 내려왔다가 자신에 대한 인간의 기억을 지우고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꿈의 세계는 우리가 기억해서는 안 되는 비밀들만 선별되어 지워지고는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각자가 절대 잊지 못하는 꿈에 대해 듣는 일도 좋아한다.

반대로 꾸고 싶은 꿈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대답할 것이 많을 것 같다.

식물이 되어 잡아먹히는 꿈. 천국에 가는 꿈.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보는 꿈. 무너지는 건물 안에 있는 꿈. 행복한 나의 모습을 보는 꿈. 노인이 되는 꿈. 살해를 당하는 꿈. 나의 죽음을 보는 꿈. 공간이 되는 꿈. 강물이 되어가는 꿈. 여러 얼굴을 가지게 되는 꿈. 길을 잃고 영영 되돌아가지 못하는 꿈. 세계일주를 하는 꿈. 무지개를 만드는 꿈. 별빛 물감을 쓰는 꿈. 다른 시대로 가는 꿈(되도록 미래로).

이것도 끝도 없이 늘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꾸고 싶은 꿈이 있어서 그 꿈을 꾸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고 잠든 적이 많았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꿈을 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꿈의 세계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내 마음대로는 할 수 없는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지금의 세계가 꿈속 세계이고

소년의 모습으로 깨어난다면

나는 의심할 것 같다

지금의 세계는 진짜가 맞는지

또 다른 '나'의 '나'의 '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심을 하면서

맑은 거울을 바라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