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완전한 자명종입니다 부품이 망가진 것인지 약이 다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규칙적인 궤도를 가졌습니다 명치 안쪽에서 응어리가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무엇을 위해 돌고 도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움직입니다 실은 약이 없어도 어느 정도 움직이는 몸입니다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상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나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알 수 없습니다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조금 어긋나거나 균열되어 있습니다 울립니다 유리조각들이 부딪칩니다 톱니를 생각하면 앞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순한 것과 더불어서 날카로움을 떠올리게 되는 세계입니다 나는 불온전한 시계입니다 시계의 역할조차 다하지 못하는 시계입니다 지난 밤에는 천사가 내 시곗바늘을 뽑아 당신을 찔렀습니다 심장이었습니다 기억하냐고 물으면 당신은 기억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없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시계입니다 당신은 시계이고 나는 없는 사람입니다 없는 세계입니다 무엇이든 없는 세계입니다 자명합니다 자명종입니다 울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웁니다 나는 때때로 기억을 잃습니다 망각합니다 꽃을 꺾으러 가다가 나무를 심으러 갑니다 수십 년 후 나무를 뽑아냅니다 나무의 시간이 끝이 날 것입니다 나무는 제시간에 맞춰 웁니다 흔들립니다 나는 흔들립니다 당신이 나를 집어 저편으로 던집니다 아직도 날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망가질 것입니다 부딪칠 것입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