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읽다 보면 새로운 상상력을 얻게 되나. 그런 궁금증에서 이 글은 시작되었어.

하루는 달팽이의 학교생활에 관한 동화를 읽었어. 모두가 느려. 그러한 세계야. 선생님은 지각하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다가 똥을 싸기도 해. 그렇다면 좀 더 상상력이 넓게 뻗어나가게 되잖아.

그들의 등교와 하교에 대해, 점심시간에 대해, 미술시간이나 체육시간에 대해. 생각이 멀리 멀리 뻗어나가게 되잖아. 어쩌면 평범한 학교보다 수업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할 것이고. 어쩌면 선생님이 칠판에 필기를 하는 데에만 시간을 몽땅 쓸지도 모르겠고.

그런 이상한 생각들을 하다 보면 상상이 엉뚱한 곳에 도달해 있잖아. 그렇지 않니?

또 하루는 튤립에 관한 동화를 읽었어. 튤립 속이 하나의 공간이야. 그것만으로도 생각을 잇게 되잖아. 튤립 속에 들어가는 생물에 대해. 튤립 속 공간의 크기에 대해. 또 움직이는 생활방식에 대해.

튤립과 튤립이 늘어선 방에 대해. 튤립이 지는 계절에 대해. 그곳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지. 무한하도록 상상을 풀어내잖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 동화의 세계잖아. 그것을 읽으면 무한한 뇌를 가지게 되잖아.

장면과 장면이 맞붙어 이어지는 것이 무엇과 같아 보이니? 나는 시와 비슷하다고 느껴. 혹은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껴. 상상력과 상상력은 어떻게 이어지니? 때때로 규칙성 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시와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전환되니? 장면과 장면으로 세계가 만들어지고, 장면과 장면을 통해 말하지. 구상하고, 연상하고, 구성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잖아.

때때로 발랄한 상상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니?

그럴 때 너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구나. 무엇을 떠올리는지.

이제 제법 그럴듯한 동화를 쓰러 가봐야겠어.

너의 상상이 끝을 모르고 언제든지 요동치기를.

(1682~1693년 어느 꿈속에서 만난 Y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