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3045년 60월 702일의 일기
그러니까 그때로부터 밀려 나온 꿈이기에
왜 그런 시간으로부터 내게 왔는지
곱씹어보다가 그런 기억조차 없어
우선 조금 조금씩 꺼내어 적어 본다
그날은 외계 침공을 하는 날이었어 그 별에는 아직도 공룡이 산대 초식공룡들이 날뛸 때마다 커다란 행성체가 흔들리지 뭐야
아니야 다시 말할게 이건 조작된 꿈이야 꿈의 요정이 자꾸 못된 것을 내게 지시하고 있어 내 머리 꼭대기에서 말이야
다시 말하기 전에 꿈에 요정에 대해 말하자면, 꿈의 요정은 총 셋이야 분홍과 노랑과 하늘색의 요정들이야 물방물 무늬 잠옷과 모자를 쓰고 있어
산을 걷고 있었고 그러다가 좁고 동그랗게 나무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백발의 산신령 할아버지를 만났어 그런데 산신령은 아니시래 그러면서 보석이 가득 담긴 작은 바구니를 내게 내밀었어 하나만 고르려고 했는데 다 주시지 뭐야
조금 비틀어서 다시 말할게 이 꿈도 어딘가 완전히 적확한 기억이 아니야 그때 내가 보석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 거기서 깨어났는지 아니면 바구니를 어디론가 가져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하루는 기차를 탔어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그곳에서 모든 사람을 만났어 살아오며 만났던 모든 사람이 객실마다 바글거렸어
기차가 멈추고 가족들만 내렸어 가족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나는 객실 창문으로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
다음 달에는 전쟁을 하게 될 거야 적장과 나는 모두 나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전쟁이 시작될 거야
어쩌면 공룡이 사는 그 별을 침공하는 전쟁일지도 모르겠어
산신령 할아버지에게 받은 보석 바구니 속에 어쩌면 강력한 무기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내린 기차는 우주로 향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데 그곳 별과는 왜 전쟁을 하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조각과 조각들이 맞붙어 퍼즐이 되는데
꿈의 요정들이 조각을 하나씩 없애는 거야
기억 속에서 점점 소실되어가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