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우리들의 졸업공연 무대는 이렇게 생겼었다

지은(숲의 요정)이는 무대 좌측 커튼에서 나오다 발이 걸려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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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가 커튼에 매달린다

저녁마다 사랑이와 싸웠다 리모컨을 두고 한참 싸우는데 아버지가 빼앗아 간다 나와 사랑이는 아버지를 향해 치타처럼 갸릉갸릉 한다 리모컨을 빼앗고 아버지를 방으로 밀어 넣는다 비디오를 넣고 채널을 맞춘다

창밖은

네모가 있고

원이 춤추고 있었다

나무가 되는 장면으로 변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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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는 연극 속 인물이다

나보다 동생이지만 사랑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뇌가 원통 모양이거나

직육면체로 자라서

나눠 먹기 좋았다

둘러앉아

먹으면서 보자

먹으면서 열아의 생각회로를 배운다 절벽에 몸을 던져도 안 죽어 칼로 아무리 배를 쑤셔도 안 죽어 갈고리를 목덜미에 걸어서 나무 매달아도 안 죽어 전기톱을 켜고 세로로 가르고도, 몸만 한 얼음으로 내려찍어도 안 죽어 끈질겨 투명한 수조에 들어가서 굶어도 안 죽어

쫄깃하고

질기다

열아는 어느 날 심장마비로 죽는다

사랑이가 뼈다귀로 불리도록 만들어줄 거야 나무로 만들어 버릴 거야 다시

저녁마다 싸운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서로를 칼로 쑤신다

안 죽어

피의 강이 넘쳐흐르고

영혼의 협곡에서는 썩은 내가 나

네가 읽는 시의 문체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신디는 전세계의 인물이다

그러니까 이미 저세상 간

애지

보던 만화영화를 2배속으로 돌린다 인물들이 로봇처럼 행동한다 로봇이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아기가 전속력으로 기어 다닌다 빠르게 변신해서 마법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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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사랑이네 반 아이들)

오늘도 공부방에 둘러앉았다

기석이는 또 해골이네 집에 간다고 하더라고

은석아 이것 좀 알려주라

무대에 비가 온다

미쳤어?

(잠시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내린 인공 비입니다 기계 오작동으로 비가 멈추지 않네요

깜짝 놀라셨죠?)

권벼락과 권번개와 권천둥은 형제다 잠시 잠깐 등장하는 조연이다 아들만 셋인 집이다 각각 6학년 5반과 4학년 4반과 1학년 2반에 재학 중이다 둘째

그러니까 번개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세 사람이 왜 나오는지

극작가 강화는 모르고 썼다

쌍둥이인

홍수와 태풍은 그해 여름 장마에 죽었다

서로 잡아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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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이와 나로 돌아오자

이 방대한 이야기에서는 두 사람만 떠올리자 한 지붕 아래에서 유석이와 나는 다른 성씨를 가졌다

비 내리는 새벽마다

열아라는 인물을 만났으며

안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