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는 살아있던 것입니다. 무엇이 들었는지 발설하지 않고. 물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죽었습니다. 살았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겠습니다.
오랫동안 뒹굴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태어났는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습니다.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영혼이나 잔상에 가깝다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반쪽짜리 몸이 되었습니다.
모래사장을 걷는 발걸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푹푹 빠지는 발을. 모래를 뒤집어쓰는 발을.
발이 없는 것에 나는 가깝습니다. 웅크리고 있습니다. 겁이 몹시 많습니다. 때때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움찔움찔 흔들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고정되어 있으면서 주위를 느낍니다.
뿔이 많은 너는 구석에 나뒹굴고. 나선형의 흉곽을 가진 너는 소리를 받아들입니다. 날카로운 발을 가진 너는 집 안에 몸을 집어넣고. 잠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수한 때가 있습니다.
안에 담긴 것들을 누설하고 싶기도 합니다.
겉면과 안쪽은 너무 달라서.
다름을 인정하기 싫을 때면 말하고 싶어집니다.
희미하게 말을 건네는 입술을 가졌습니다. 알아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주위가 목소리를 지워내고 있습니다. 때때로 말을 한가득 머금고 있는 기분입니다.
흐물거리는 마음이 속에서 요동칩니다. 겉은 날카롭고 안은 매끄럽습니다. 무수한 각을 가졌습니다. 날카로운 곳마다 나도 모르는 비밀이 맺혀 있습니다.
나의 반쪽이 그것과 함께 달아났습니다. 기억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마음만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나는 죽었습니다.
목소리와 말이 있던 흔적이 남았습니다.
자국은 엉뚱한 것들을 상상하게 합니다.
요상한 모래사장 위에 죽은 내가 있습니다.
요상한 나를 예쁘다 하며 주워가는 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