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 피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과 노랑의 구성 II(1930, 캔버스에 유화)

1

네모 앞의 네모

어릴 적에 그곳에 가면 손끝을 종종 찔려 왔다

공방의 뒷문으로 나가면 선생의 커다란 주택이 있었다 공방에서 거의 모든 작업을 했고, 여름이면 자주 선생의 집 거실에서 작업했다

천을 고르고 색을 조합하고 배열을 정하고 시접을 재고 긋고 접고 자르고 맞대고 꿰매는, 뒤집고 다시 꿰매고 다림질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

과정들이 반복되었다

2

부채꼴 모양 교실

중학교의 건물은 기억자로 생겼다 나는 뒷문, 그러니까 꼭짓점에 자리하던 그 문으로 등교했다

음악실은 서쪽 끝에 있었다

음악실의 아래에는 도서실이 있었다

음악실의 위는 미술실.

문학과 미술과 음악이 하나 되는 서쪽

책 읽는 아이들 정수리 위에서 부르는 알토 리코더

있죠, 음악실은 부채꼴 모양으로 생겼어요

음악실이 부채꼴 모양이니 도서실과 미술실도 마찬가지겠고

꼭대기에는 체육관이 있다

3

공원은 직사각형

기다란 공원이 집 앞에 생겼고, 떠돌이 개는 더 이상 철길 위로 지나지 않는다 헌 나무도 모조리 없고.

4

원의 둘레

둥근 호수에는 원의 지름을 그리듯 물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넘나들고 테두리를 걷는다 다리를 넘으면서 웃는다

원의 주위에는 여러 장식이 있다 둥근 조명과 그네와 꽃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다 테두리를 돌면서 그것들을 본다 발견하게 된다

걷기 시작할수록 새로운 공간과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