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 물을 받다가 기억을 잃은 날이 있었습니다
물이 가득 찬 그 속에 배 모양 튜브가 있었습니다 그곳까지 배를 쫓아 갔습니다
헤엄쳐 도달하니 배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모래사장에 드문드문 찍힌 발자국을 따라 걸었습니다
튜브로 만든 야자수 숲을 한참 지났습니다
멀리 외딴집 하나가 보였습니다
사방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그 집에는 벌거벗은 강아지가 살고 있습니다 투명의 희미의 미지의
안쪽에서 쏟아져나오는 빛!
걸을 때마다 바다와 육지가 빠르게 반복되는 세계였습니다
플라밍고 튜브들이 해변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튜브로 된 레몬과 오렌지가 둥실둥실 했습니다
저기로 가볼까요?
바늘에 찔리면 터져버리는 세계입니다
바다가 있습니다
누구 하나 이곳으로 오는 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숲속 넝쿨 사이에는 수호신이 물구나무선 채로 살고 있습니다
무한한 공기의 세계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지도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지도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 글은 섬에 대한 최초의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의 이름은 깔깔 섬이라 짓겠습니다
다시 야자수 튜브들을 지나니 별이 잘 보이는 탑이 있습니다
밤에 가야겠습니다
다시 걷다가 바람 빠진 사람 모양 튜브들을 발견했습니다
숨을 불어넣자 한 사람씩 살아났습니다
네 명의 일가족들이 어딘가로 안내했습니다
투명한 탁자에 둘러앉았습니다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들이 만든 세계입니까
묻고 싶었으나 물을 방법이 없어 그곳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쩐지 점점 길을 잃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바다가 보이고 다시 숲이 보이는 세계입니다 어쩌면 지도를 그릴 수 없는 세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밤이 오지 않는 세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이 점점 가라앉는 느낌을 받습니다
숨을 들이마십니다
호흡을 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모든 공기를 빼자 영영 없는 세계에 다녀온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