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이 걸어 다닌다 해골이는 나의 단짝친구다 만난 지 삼 개월 정도 되었다 해골이의 엄마는 이혼하고 해골이와 이곳으로 왔다 해골이는 다정하게 생겨서 친밀감이 든다 해골이는 나에게 먹을 것을 잘 준다 해골아 고마워 해골이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물으니까
태울 만한 것을 달래
뭘 태우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뭐가 타고 있다는 것만 알겠어
불이 있다는 것을 알 때
그때는 이미 늦었을 때야
할아버지는 고기를 태워서 맛을 냈다
불을 삼켰을 때
삼켜도 괜찮았을 때
모든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믿었지
불의 아이를
속는 줄 알면서도
사람을 불태우는 마술을
해골이 될 거야
두개골에 구멍이 송송 뚫린
나는 화석이기도 해
화석이는 옆집 정미소집 아들인데 얘도 내 친구야 동네에서 몇 번 만나서 놀았어 화석이는 멀리 가는 것을 좋아하더라고 화석이도 착해 착한 거 맞는데 아무 말을 안 해 그래도 난 화석이가 좋아 화석이라는 이름이 좋아
나는 화석이가 되기도 할 거야
있잖아
조금 오래전에
나는 불덩이를 피하면서 도망 다녔어 화석(火石)을 피해 다녔어 맞을까 봐 겁났는데 다들 소리 없이 죽어가는 거야
나는 잠시 죽고 있는 거야
언젠가 애들을 집에 데리고 갔어
엄마는
딸기케이크를 내어줬어
나는 해골이와 연필을 서로 바꿨고
화석이와는 가위를 서로 바꿨다
하루는 집을 바꾸자고 해서 집을 바꾸고
목숨을 바꾸고
또 뭘 바꿨더라
물으니까
모든 것을 바꿨대
그건 또 어떻게 바꾸는 거냐고 물었더니
화석이는 말없이
초록색 공룡인형을 끌어안았어
초록색 불 속에
던졌어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어 한 명씩 비밀 얘기를 하고
다 녹고
나만 남았어
후
불이 커다랄수록 연기도 많이 피어오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