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밑에 열쇠를 보관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는 뒷문 밖에서 무언가를 다듬고 있었다 나는 뒷문을 걸어 잠갔고 나는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나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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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숲을 발견한 네 명의 친구들은 들뜬 마음으로 서로를 찍어준다 두 친구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나머지 두 친구는 숲에서 달려 나오다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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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다 갈게 나무는

너를 찍어주었다 너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나뭇가지에 걸었다

근사해졌어

울창해지고

꽃이 피었네

어느 날 갑자기

언제 왔어?

거울이 물었다

몸은 언제부터인가

투명해지고 있었으니까

들이마신 숨이 녹지 않아서

얼굴에 수술 자국을 더듬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보이지 않는

암실에 가고 싶어

너머가 존재하듯이

숲의 철문을 열고

지붕 위로 나갔으면 좋겠다

구름 위면 더 좋겠다

이곳에는 조명이 없어서

연한 빛이 기다란 창으로 들어왔지

가지는 서로 붙지 않고 자랐다

새소리가 날 때쯤에는 기둥을 타고 내려와야 해 가지가 휘감고 올라갈 때

그때는 숲에서 나가야 해

정말 위험해

층계참에 서서 더 높은 곳을 올려다본다

¿

도끼 자국이 있었다

하나는 꼬리를 잘라낸 거고 하나는 뿔을 잘라낸 거고

나무가 나를 찍어주었지

이마가 붉어졌다

관자놀이에도 잎사귀가 돋기 시작했다

너무 무거워져서

작았던 크기에 맞추어 가위로 오린다

무게를 맞추기 위해

양말을 신긴다

춥지는 않았니

같은 이름 팻말의

네 명의 우리가

팔을 계속 묶었다

그러자 바위가 됐다

절벽이었다

풍경이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사진이 늘어나면

목피 속에 켜켜이 저장했다

P.S.

사람이 없는 숲을 걷고 걷다가

백사장을 발견할 때처럼

그래,

우리는 맨 처음 바닷물 속에서 걸어 나왔지

들어오는

수많은 문이 있으니까

머문 자리는 아름다워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