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
샐러드는 간편한 식단이다
동거인이 현관을 박차고 나간다 끼니는 챙겼어요? 질문에 답하지 못할 만큼 바쁘다고 했다 목소리는 현관 사이로 잘려 나가고 이제 동거인이 없다
싱크대 근처의 작은 창으로 동거인의 종아리와 뒤꿈치를 본다 멀어져 간다 뒤통수는 저렇게 생겼던가 그의 생각이 함께 멀어진다 동거인이 완전히 사라지고는 컵을 닦는다 우유를 마신 컵은 물을 따른 것보다 여러 번 닦아주어야 한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아침이 부서지고 있었다 오늘은 무얼 하나요? 하루는 동거인에게 질문한 아침이 있었다 사람을 만날 것이라 그날 그가 답했다 사람이 사는 집에는 흔적이 함께 숨 쉬며 살았다
어젯밤 깨트린 접시가 싱크대에 널브러져 있다 조각을 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어제는 그곳에 샐러드를 담아 먹었다 동거인은 없고 나만 홀로 식탁을 지키던 밤이었다 채소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까 다만 배가 차지 않아서 때때로
무거운 마음 가져야 했다
샐러드를 먹는 아침이 있었다 동거인은 먹지 않고 토마토를 먹지 않고 오이를 먹지 않는다 동거인은 물만 마시고 물을 남기고 갔다 눈금만큼 해가 솟아오른다 멍울들이 창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아침이 있었다
그 아침에 나는 창가를 반기고 있었다
(2023 계간 문파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