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는 하늘을 향해 깎아 만들었다. 온유는 뛰어내렸다가 안경을 잃어버린다. 맨눈으로 허우적거린다. 나…나는 안 뛸래…. 이삭이가 나를 떠민다. 차가운 강이었다. 바위에 부딪혀 꺾이는 강물이었다. 잠시 먹먹했다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른다. 이삭이는 슬리퍼를 잃고 나는 믿음을 잃는다. 가슴이 멎을 것 같아서 천국을 보나 싶었는데. 강물이 예언을 해독한다. 풀어지는 물결이 다시 휘어진다. 다시 암호가 되어가는 것이다. 온유가 뛰어내린 자리에 신이 난 이삭이가 한 번 더 뛰어내린다. 파동은 넓어지고 무늬는 서로 들이받으며 새로운 자국을 만든다. 다시 고무보트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 우리는 다 뛰어내렸지? 물으며 이삭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가 넘치네. 온유는 사진을 찍기 바쁘다. 나는 신발이 떠내려갈까 믿음처럼 꽉 붙잡는다. 한쪽에서 다른 여행자의 고무보트가 뒤집힌다. 우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는 믿는 사람이니까! 노을을 저어 강물을 거슬러 간다. 첨벙대는 사람들이 우리 배에 올라탄다. 빠진 물건을 건지기 바쁘다. 어디에나 고난이 있기 마련이지. 이삭이가 말한다. 앞으로 갈수록 물이 흐려진다. 흙탕물에 가까웠다. 죄를 씻겨냈으니까. 강이 포도주로 넘쳐흐르면 좋겠어. 다 같이 뛰어들어 보라색으로 흠뻑 물들면 좋겠어. 말하는 온유는 언젠가 노아의 방주에 관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살아남을 수 있어. 그러니까 아버지 말을 잘 듣자. 어서 여기서 나가자. 노을을 젓는다.

(2023 계간 문예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