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너머에 갓 나온 빵들이 보였다. 거리를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진열대에 여러 빵이 놓이고 있었다. 나는 빵들 앞에서 오랫동안 고민하였다. 평소에 즐겨 먹지 않던 팥빵도 그날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맨 처음 빵을 먹었던 때를 떠올려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도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달콤한 맛과 말랑한 식감을 신기해하며 미소를 지었을 것 같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빵이 좋아서 어릴 적에는 쿠키와 머핀을 직접 굽기도 했고 조금 더 커서는 케이크나 타르트를 만들었다.

지금도 자주 오븐을 돌린다. 반죽이 부풀고 익어가는 장면은 이상하게도 아늑하다. 반죽이 익어가는 시간에는 생각을 비울 수 있다. 그러니 평소에 생각과 걱정이 많은 나에게는 매우 적합한 일인 것 같다. 재료의 무게를 정확하게 다는 것. 정확한 온도를 맞추는 것. 때를 맞추어 재료를 혼합하는 것. 그런 일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비울 수 있다. 언젠가 베이킹은 요리를 하는 일과는 다른 ‘건축’의 일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글쓰기’가 무엇인가 감각에 의지하고 미지를 향해 나아간다면, ‘베이킹’은 철저한 계산과 원칙에 의존하고 정답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변수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어떤 결과물의 목적지를 향해 간다.

비슷한 재료가 조금씩 다른 과정을 거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오는 일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니 빵을 만드는 일은 섬세하고 세밀하고 세세하고 상세한 작업이다. 그래서 어쩌면 언어를 다루는 글쓰기와 맞닿은 지점이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작업이기에 나는 베이킹을 한다.

몇 년 전 아마 겨울이었을 때 먹고 싶은 마카롱이 있어서 두 시간이나 들여 사 온 적이 있었다. 골목 골목을 지나서 겨우 찾았던 곳이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오픈을 하고 금세 마카롱이 동이 나는 가게라 많이 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에게 쿠키나 빵을 선물하는 일을 좋아한다. 슈크림을 구워 선물해도 좋아하고, 카스테라도 좋아했고, 호두랑 초콜릿을 잔뜩 넣은 머핀도 좋아했다. 별 모양 쿠키도 좋아했고, 블루베리가 올라간 쿠키랑 르뱅쿠키도 좋아했다. 좋아해 주니까 계속해서 만든다.

그중에서도 나는 타르트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계절에 맞춰서 여러 과일타르트를 만들 수 있어서 즐겁다. 작년에는 복숭아타르트*랑 애플파이를 만들었다. 나는 과일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기에 과일젤리나 와인잼 만드는 일도 좋아한다. 특히나 잼을 만들 때면 설탕 냄새가 번진다.

빵은 먹는 일도 좋지만 이상하게도 익어갈 때의 향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오븐을 돌릴 때면 빵이 익어가는 냄새가 달콤하게 번진다. ‘달콤하다’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데, 빵이라는 음식은 ‘편안함과 포근함’ ‘흥미가 나게 하는 느낌’이라는 뜻과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웃음이 지어진다. 우리가 좋은 기억, 좋은 추억을 달콤했던 시간으로 떠올리기도 하듯 달콤함은 나에게 그런 감각인 것 같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빵이 먹고 싶은 날이면 빵을 사거나 만드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빵은 고요한 음식이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오븐에서 팬을 꺼내듯 창문을 열고 창밖에 두 손을 내민다.

* 복숭아타르트에 쓰인 복숭아는 과수원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가져온 복숭아였다.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먹을 때도 맛있었지만 타르트로 만들었을 때도 맛있었다. 나는 백도를 더 좋아하지만 황도를 조려서 만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여름에도 복숭아를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