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깥에서 노래를 듣지 않는다. 나는 귀에 무언가를 꽂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주변 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고요한 소리가 있다고 믿는다. 완전한 고요란 없다고 여기기에 나는 고요를 느낀다. 그러니까 고요함에도 분명 선명한 감각이 있다고 믿는다. 한밤중 침대에 누우면 마치 고요가 들리는 것 같다. 고요함이 들린다. 고요하고 적요하며 적막하다.

초 단위의 시간 동안에도 여러 소리가 겹쳐 들린다. 털실 뭉치처럼 뱅글뱅글 돌다가 응어리가 되는 것만 같다.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를 섬세하게 감각해보면 무수한 소리들이 넘친다. 나무가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 누가 내 앞을 지나간다. 이웃이 창문을 연다. 새가 운다. 새가 날아간다. 누가 기침을 한다. 비행기가 지나간다. 버스가 지나간다. 소리만 채집하고 있으면 끝이 없다.

언젠가 작은 소리를 채집하는 시간이 있었다. 캔들이 녹는 소리. 비눗방울이 터지는 소리. 비누를 문지르는 소리. 얼음이 녹는 소리. 어쩌면 그것들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다.

소리의 세계에 대해 말하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무수한 소리들이 탄생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수한 소리들이 생겨나고 있고, '지금' '이곳'에서 '어떤 것'이 '이유'를 가지고 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시간에도 무수한 소리들이 탄생하고 겹쳐지고 흩어지고 춤을 추며 노래가 된다.

같은 소리를 다르게 듣는 일도 흥미롭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소리를 같지 않게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소리를 듣고도 다른 감정을 느낀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모여서 하나의 세계가 된다.

해변을 이루는 소리들을 상상해보면 다시 무수해진다. 파도의 소리도 다양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잔물결이 이는 소리. 높은 파도가 치는 소리.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내는 소리. 파라솔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소리. 수영하는 사람의 소리. 주위에 갈매기가 돌아다니는 소리. 무수하고 무수해진다.

소리는 어떤 파장이나 진동이다. 그래서 나는 소리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소리의 움직임을 이미지로 상상하는 일을 좋아한다.

밀려가고 밀려오며 번진다. 퍼진다. 울리고 떨리며 흔들린다. 주위의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귀가 유연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소리의 세계는 신비하고 신비롭다. 앞으로도 그 세계에 집중할 것이다. 생겨나고 소멸하는 소리들에 집중할 것이다. 사라지는 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채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리의 소리의 소리가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