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 지구본

얼마 전에 미국화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어릴 적 보았던 캔들과 향수와 초콜릿이 떠올랐다. 미제 캔들, 미제 향수, 미제 초콜릿이었는데 그것이 집에 어떻게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흔하지만 그때에는 외국 물건이나 디저트라고 하면 괜히 더 귀중하게 보관하게 되고, 아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쉽게 구할 수 없음과 그 나라에 대한 동경이 그런 마음을 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조금 커서, 그러니까 더 이상 아이라고 불리지 않을 때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그곳들이 어디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으나 새로운 세계에 대해 부러움이 컸다. 멀고 먼 그곳에 대해 상상하고는 했다.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꼭 기념품을 사 왔다. 캔디나 초콜릿, 혹은 볼펜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외국 물건이라고 더 아끼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먹거나 사용하면서 그것이 생산된 곳에 대해 자주 상상하고는 한다. 간혹 원산지를 보다가 뜻밖의 나라를 발견할 때면 더 깊이 상상한다.

땡볕에 무르익는 과일에 대해. 넓디넓은 바다 가운데에서 낚인 물고기에 대해. 초원 혹은 목장에서 자란 고기에 대해. 곡식에 대해.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들에 대해. 무한할 것만 같은 무수함에 대해.

나는 공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무수하고 무수한 것들이 찍혀 나오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멀고 먼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그곳이 아니면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나’에게서 가장 멀리 동떨어져 있다고 종종 생각하고는 한다.

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떠올린다. 내가 그린 그림. 내가 만든 빵과 쿠키. 내가 뜨개질한 목도리. 내가 만들어낸 무수한.

그런 것들에 대하여 나열하다 보면 ‘나’ 스스로가 어떤 것의 원산지이자 생산공장인 것 같아진다.

어릴 적에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를 동경하기도 했지만,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특히나 밝고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거나 보면 나와 동떨어진 존재 같아서 부러워하고는 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고, 희곡을 쓰는 모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 글감을 건질 때마다 나의 바닥까지 파헤치게 된다. 그러면 어떤 우울이나 슬픔이 건져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것조차 나에게서 생산되는 감정이라 여기니 그것들을 다정하게 대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때때로 밝은 사람인 척을 하고 다녔다. 밝고 모난 구석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나의 비밀들과 마주하면서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에 대한 욕망을 마주하게 되고는 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마음도 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일부이기에. 오늘 하루 동안에도 나의 공장에서는 나만의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기에.

나만의 것을 만든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간다.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쇼의책공장 #쇼의일기공장 #쇼의감정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