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자입니다. 들어서 옮기지 않고 끌면 울음을 냅니다. 얼마 전까지 세 식구의 집에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이면 보통은 아이가 내 위에 앉았습니다. 어느 날은 비어있었습니다. 선반 위의 물건을 내릴 때는 계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그 집에 머물다 성하지 않은 다리 탓에 내몰렸습니다. 자주 삐걱거렸습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쓰레기 더미 옆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밤이면 다리 사이에서 고양이가 벌벌 떨며 울다 갔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앉았다 갔습니다. 아침이 될수록 어둠은 점점 기울었습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밀리고 당겨집니다. 이웃집 노인에게 들려 벤치 옆으로 옮겨 갔습니다. 빨간 가죽이 돋보이는 접이식 의자와 얼룩이 많은 목재의자와 함께 나무 그늘 아래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등을 한껏 기대고는 합니다. 바닥도 허공도 아니지만 머물다 갑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지금은 주로 노인들이 무료한 오후를 보내는데 쓰입니다. 종종 하교하는 아이들이 앉아서 얘기를 하다 갔습니다. 주로 애니메이션 이야기였습니다. 한 번은 약간 검고 노란 피부의 외국인들이 카드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아기를 안은 아빠가 머물다 갔습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나뭇잎이나 버찌 열매가 얼굴 위로 떨어집니다. 비가 와 젖은 날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집니다. 녹슨 발목에서 쇳내가 심하게 납니다. 간혹 매미가 떨어져 가쁘게 기계음을 내기도 했습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종종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길가에 세워졌습니다. 초저녁이면 찌개 냄새가 담벼락을 넘어 풍겨왔습니다. 새는 언제나 울어댔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산책 나온 사람들로 붐빌 것입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이 동네를 관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의자가 아니었습니다. 꽃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의자가 되었습니다. 꿀벌이 머물렀고 새가 머물렀고 사람이 머물렀습니다. 묵묵히 하소연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에게 자주 기대었습니다. 앉은 사람이 떠나고 나는 다시 의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