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제 말 틀렸을 수도 있어요, 피하고 견디고… 그러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동훈 그새, 생각이 바뀌었어?
(배해률, 『7번국도』, 이음, 2019)
어릴 때는 버스랑 지하철 타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먼 곳으로 가는 일을 좋아했다. 신발을 벗고 창문 쪽으로 무릎 꿇고 앉아 한강과 63빌딩을 내다보고는 했다.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야 할 때에도 책 한 권만 있으면 지루해하지 않았던 아이였다. 물론 지금도 버스와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어쩐지 더욱 집중되는 기분을 느낀다.
교통수단에 대해 글을 쓸 때면 어떤 연결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는 한다. 정류장과 정류장. 역과 역.
그것들이 이곳저곳 그물처럼 연결된 세계를 떠올린다. 버스들과 지하철들이 이곳저곳 교차되는 이미지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마구 뒤엉켜 있어서 정신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교통. 어딘가로 나아가는 것. 도착하고 도착하게 되는 것. 출발하고 도착하게 되는 반복을 생각하다 보면 어쩐지 아득해진다.
어릴 때는 자동차 외우기를 좋아했다. 어쩌면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위가 온통 자동차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차들의 꽁무니를 따라갈 때마다 주위 차들의 모양과 이름을 외웠다. 그리고 다시 멀어진다.
이동과 교통. 발과 자전거와 오토바이와 자동차와 버스와 지하철과 기차와 비행기와 로켓과.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어지러워진다.
정해진대로 뻗은 길과 방향에 대해. 그곳들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해. 세계에 대해. 그러다 보면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온다.
버스 문 앞에서 서서 동네를 바라보듯. 지하철 문 앞에 서서 선로를 바라보듯. 비행기의 작은 창으로 구름을 바라보듯.
어딘가 멍해지는 기분을 계속, 계속 느낀다.
무언가 이곳에 도달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고, 그것이 도달하면 올라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