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를 만지는 일

완성품을 상상하고 도안을 그리고 천을 오리고 시접을 만들고 일정하게 꿰매고 뒤집고 다림질을 하는 일 어쩌면 끊임없이 반복을 하게 되는 일

그것을 하면서 생각의 정리됨을 느낀다 촘촘하고도 일정한 간격을 위해 계속 애쓰게 되고, 온 신경을 그곳에만 쏟게 되는 섬세한 일이다

유리를 만지는 일

완성품을 상상하고 도안을 그리고 유리에 상처를 내고 유리를 자르고 유리를 갈고 유리를 닦고 유리에 동테이프를 붙이고 납땜을 하는 일

색색의 유리들이 조각조각 맞붙는다 파편들이 모인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지만, 기회가 된다면 유리를 녹여 만드는 공예도 도전해보고 싶다

금속을 만지는 일

완성품을 상상하고 도안을 만들고 금속과 금속을 연결하고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다른 것보다 금속은 참으로 차갑게 느껴지는 재료인 것 같다

금속을 서로 때우는 작업 같은 일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금속을 떠올리면 여러 조형물이 생각나는 것 같고 그런 것들도 만들어보고 싶다

나무를 만지는 일

완성품을 상상하고 나무의 종류를 고르고 나무를 자르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고 나무를 오랫동안 부드럽게 다듬고 나무에 마감재를 바르는 일

나무의 가장 큰 장점은 향이 좋은 것 같다 나무는 금속보다는 약하고, 물과 불과 모두 약하지만 그런 연약함마저도 좋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점토를 만지는 일

점토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기에 가장 좋아하는 일 공예 중 하나다 점토로는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고 점토는 무척 단단해진다

굳은 점토 위에는 색을 칠하고 마감재를 바르고 가장 나만의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나만의 꽃이 만들어지고 나만의 나뭇잎이 만들어지고

가죽을 만지는 일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는 아직 도전해본 적이 없다 작업이 매우 정교한 탓인지 재료가 비싸서인지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가죽공예 영상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본 적 없는 도구들과 기술로 두드리고, 다듬고, 바르고, 꿰매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마음을 만지는 일

무언가를 만들 때면 온전히 그곳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도 같이 돌보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마음을 돌보고 있다

잔잔하고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을 어느 순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마음에게 잠시 휴식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