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가 다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마음과 기분. 책속. 말과 입술. 경계. 이쪽과 저쪽. 거울.

보이는 것과 비치는 것이 다른 거울. 왠지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다른 세계가 눈앞에 놓여 있어서. 다른 침실이 생겨나서. 그렇게 부르고 싶어요. 내일. 오늘의 모순.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겠어요. 내일의 거울방에서는. 다름을 같음이라고 말하면서. 무수한 일들을 저지르면서.

너를 저지르면서. 살고 있겠지요.

거울방에는 요정이 살아요. 인간이면서 요정인 존재가 살아가거든요. 착하면서 나쁜 애거든요. 동생이면서 친구이면서 남이거든요. 형이거든요.

배부르다는 말을 꽃이 피었다고 말해요.

그런 인물이거든요. 원래 있는 세계인데 만들어졌거든요. 하루는 요정이가 거울을 깼거든요. 실수였는데 바닥에 내리친 거였어요. 웃으면서 울었어요.

그런데요. 얼굴만 비치는 거예요. 모든 조각마다. 다른 장면은 비치지 않고. 얼굴만 비치고 있었어요.

앞과 뒤가 다른 장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여름에 눈이 와요. 어딘가에는요. 여기는 여름인데 거기는 겨울이고, 여기는 겨울인데 거기도 겨울이에요.

겨울에는 새 거울을 들였어요.

요정의 집의 모든 거울이 깨져서 모든 거울을 바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요정이가 눈사람이 되었어요. 분명 기이한 일인데 신비하지는 않아요. 그냥 눈사람이 된 것이거든요. 그뿐이거든요. 거울 앞에서는요. 녹고 있었어요. 여기는 녹고 있는데 거기는 안 녹는 것이에요. 요정이, 아니고 눈사람은 미치는 거죠. 홀로 여름에서 탄생했을지도 몰라요. 어쩔 줄 몰라 하다 녹아 없어졌어요. 그게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앞과 뒤가 다른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틀린 말이 정말이 되는 곳이요. 있을지도 모르지요. 있어요. 틀림없이 있어요.

요정이는 내 엄마예요. 엄마는 거울 저편에 모습을 드러내요. 가끔 내 눈앞에 나타나요.

나는 엄마였어요. 균열된 모든 것들의 엄마였어요. 키웁니다. 사람들은 일그러졌다고 말하는 것들을요.

내일은 일어나서 알람을 맞춰야 합니다.

2022년 9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