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반 호흐스트라텐, 눈속임 그림(캔버스에 유채)

위의 그림은 정물화의 일종이다.

살아 있는 그림. 살아있는 영화. 살아있는 글.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예술작품이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보지만. 그것을 보는 잠시나마 살아있도록. 글이 끝난 이후에도 하나의 세계로 기억되도록.

속인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지만 글을 쓸 때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것도 아주 고도의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뻔뻔한 얼굴로 나아간다. 주저하면 안 된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희곡을 쓸 때면 가면을 쓴다. 무수하고 무한한 존재들이 된다.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살인자가 되기도 하고, 낯선 세계에 존재하는 너의 너가 되기도 하고, 동물과 사물이 된다.

날마다 나를 자꾸 엉뚱한 세계에 보낸다. 내던진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눈을 속인다.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그런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실패할 때도 많다. 선 하나. 미세한 형태. 명암 하나가 그림을 망치는 것처럼. 예민한 부분 때문에 눈이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처럼.

단어의 쓰임에 신중하게 된다.

애를 써서 사람들을 속인다. 잠시나마 만들어진 세계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