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걷고 있다

하염없이 걷고 있다 걷는 길은 어디든 산책로야 하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손을 잡고 걷고 있다

꼬마가 엄마의 손을 당긴다 꼬마는 엄마의 귀에 귓속말 한다 사탕을 사러 가자고

아니면 풍선을 사자고

어쩌면 함께 죽어요 엄마 그런 말일지도 모를 일이겠다

꼬마는 손에 들고 있는 강아지 인형을 흔든다 정신 차려 말하면서 나랑 놀자 말하면서 예뻐해줄게 말하면서 흔들고 있다

산책하는 개가 기겁을 한다

평화로운 날씨야

꼬마의 엄마가 말하고 꼬마는 평화가 뭐냐고 묻는다 평화는 말이야 하고 꼬마의 엄마가 입술을 다문다 꼬마도 따라서 입술을 앙 다문다

신호등 앞에 선다

다음 산책로로 넘어가기 위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꼬마는 정수리를 만진다 땡볕에 달궈진 머리를 한참 동안 만지고 있었다

꼬마가 걷고 있다

다시 다시 걷는다

목이 마르지 않니 꼬마의 엄마가 묻는다 꼬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소다 슬러시와 오렌지 슬러시를 사서 걷는다

마시면서 다시 걷는다

꼬마는 웃고 있다

꼬마를 닮은 꼬마가 어디선가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