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집

나비는 춥고

어디선가 맡아본 향이구나 어디선가 맡아본 집의 냄새구나 나무 냄새가 나는 집과 음식 냄새가 나는 집과 방향제 냄새가 나는 집과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집과 집의 냄새가 나는 집과

물 먹는 하마에는 물이 모이고 디퓨저는 날아가고 벌레는 꼬인다 주방 벌레와 거실 벌레와 화장실 벌레는 조금씩 다르게 생겼고

너는 밤이 좋아 낮이 좋아?

너는 바퀴벌레 틀림이 없고 뭐든지 주는 대로 먹잖아 향은 향을 먹어서 몸을 부풀리고 코끼리 모양이나 사슴 모양이 되어 걸어 다녔다 너는 아버지 옷에서 항상 썩은 내가 난다고 했고

옷장 속의 옷은 꺼내놓아야 해

볕에 널어두면

햇빛 냄새가 난다 하얀 이불로 사람을 잠재우는 마법이 있대 막 빨래를 마친 집에서는 값싼 표백제 냄새가 나고 하얗고 푸른 냄새가 나고 가족들이 막 잠든 집에서는 어둠 냄새가 나

코트에 새벽 냄새를 가득 묻히고 오면 더 이상 집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애들한테는 서로 다른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고 초등학교 때 석이는 애들의 머리에서 이를 잡아주었고

화난 나무를 잠재우는 마법을

햇빛을 집어삼키는 입술을

혀와 목구멍을

해는 집이 없으니 미아지

아니야 해는 하늘집에 살고 나무는 땅집에 살고 해는 식구가 없고 우리도 하늘 위에 둥둥 떠 있고 애들은 옥상에서 점프한다 주인아줌마가 올라와 소리를 지른다

주인아줌마에게는 음식 냄새가 늘 나고 앞치마는 얼룩덜룩하고 아침에는 젖은 머리에서 샴푸 냄새가 나고

새는 춥고

우리는 새

나라의 아이들이고 함께 아침 냄새가 나는 곳에서 체조합시다 하얗게 하얗게 팔을 뻗자

토끼 벽화가 있는 곳 그 집에는 토끼 같은 애들이 살고 천사 벽화가 있는 곳 그 집에는 천사가 살지 않는다

벽화가 있는 집은 밝아보인다 담쟁이가 외벽에 늘어진 집은 살아 있는 집 같고 능소화가 옥상까지 올라간 집은 섬뜩하다

페인트를 칠하고 간 자리에

오래도록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모양이 다른 입술로 재잘거린다

남들과는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시를 쓰며 자주 듭니다. 친구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홀로 이상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해 읊조리는 기분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언어 사용법은 규칙이 불분명합니다. 낱말의 쓰임과 반복과 방식과. 문장의 맥락과 연결과 호흡과. 그리고 수많은 마음과 시선과 장면들.

조심스럽게 입술을 엽니다. 입술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그곳으로부터 나오는 여백과 의미를 좋아합니다. 매서운 언어를 꺼내게 될까 무섭기도 합니다. 때로는 입술을 다물기를 택합니다.

침묵으로도 의미가 생겨 번져나갑니다. 어쩌면 복화술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요하게 재잘거리는 아이가 된 기분이 자주 듭니다. 멈추지 않고 떠들고 있습니다.

다르게 보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결국은 입술로 말하게 됩니다. 조용한 아이는 노트에 끄적인 시로 말을 합니다. 노트를 내밀며 시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저의 마음이에요.’

오래도록 이상한 나라에 머물고 싶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은 날에는 낮은 동산으로 나들이를 가고 싶습니다. 꽃놀이와 물놀이도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주절거리겠습니다.

시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함께 웃고 울며 시를 써나가는 친구들에게 늘 고맙고, 선생님과 교수님께도 감사합니다. 나를 사랑이로 불러주는 엄마에게도 고맙습니다.

모두 함께 이상한 나라에서 오래도록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시를 읽고 쓰며 아프고, 찢기고, 벅차고, 기쁘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없는 마음까지도 느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하나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