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낮의 해변에서 혼자

3.

낮의 해변에 혼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낮의 해변에 혼자 찾아가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낮의 해변에 혼자 찾아갈 일이 있을까. 낮의 해변을 혼자 찾아가는 길을 어떨까. 낮의 해변에는 몇 명의 사람이나 있을까. 낮의 해변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 낮의 해변의 파도는 얼마나 날카롭게 치고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시집을 펼쳤다.

301.

낮의 해변을 걷다가 뿔소라 하나를 주웠다. 손에 쥐니 날카롭다.

시집을 다 읽고 떠오르는 단어는 뿔소라였다. 김현 시인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시집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뿔소라는 날카롭고 독까지 품고 있다. 껍질을 발라내고 독을 제거했을 때 비로소 맛있는 재료가 된다. ‘낮의 해변에서 혼자’는 어떤 타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인간과, 세계와, 궁극적인 감정을 꺼내고 있었다.

7700.

신철규 시인의 시집에서도 어떤 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고 있었다. 이별을 앞두고 있는 연인과, 타워팰리스에 사는 아이들을 동경하는 가난한 아이와, 시위 중 물대포를 맞은 노인의 이야기 등등. 언젠가 신철규 시인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견뎌내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반면에 김현 시인의 시집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곳임을 느끼면서도, 또 세상은 같이 살아가는 곳임을 느끼게 하는 시집이었다. 어딘가 과격하면서도,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이라고 느꼈다. 이 시집은 나의 취향과 맞닿아 있는 시집이라기보다는 이런 시집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시’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라는 느낌이 더 컸던 시집이었다.

9.

깊은 밤에

귀를 대보면

나는 무시무시한 것을 앞두고 있다

―「뿔소라」부분

멀리서만 빛나는

희고 뾰족한

침묵의 뿔은 다물수록 자라나 언젠가는

입을 크게 벌리도록 합니다

―「뿔소라」부분

잔잔한 파도가

몽돌 사이로 밀려왔다 가도

떼구루루 소리 나는 것처럼

홀로 걷다 보면

다른 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게 된다

행복보단 불행을 확인하기 위해

소리 없이

나뭇잎은 흔들리고

끝까지 채웠던 침묵의 단추를 푼다

―「뿔소라」부분

이 시집에는 세 개의 뿔소라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집의 뒷부분으로 향할수록 시가 좋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시집은 뿔소라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낮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시집 제목의 의문은 시집에 뒤쪽 에세이에서 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각자가 해변에서 보는 풍경과 느끼는 장면이 다르겠지만 바다라는 공간은 부드러우면서 어딘가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 바다는 잔잔하지만 무엇이든 다 잡아먹을 것 같고, 그것이 뿔소라의 모양처럼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46.

이제 제법 뿔소라를 많이 주웠다.

뿔소라를 당신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