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웃으려면
물잔이 깨졌다
떨어지는 순간은 없는 시간이다 없었던 시간이 사방으로 튄다 일이 벌어지고는 기묘한 날이라 불렀다 미래가 오고 나서야 미래에게 이름을 붙인다
유리는 깨지면 더욱 반짝여 보인다 엎질러진 물과 유리는 서로 숨겨주며 지워진다 반짝이는 바닥이 되어간다
손댈 수 없는 바닥을 내려보며 잠시 망설인다 찰나가 모인다 빠르게 돌린다 그것이 영화의 시초라 불렸다
오븐이 다 돌아가면 앞으로 가야 한다 끝이 난 오븐에 손대야 한다 타이머가 조여오는 아침이다
사라진 물잔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물잔을 놓았다 물을 끝까지 따른다 따를 수 있을 만큼보다 조금 더 따라본다 물이 부푼다
햇빛 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깨어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침에는 잠이 들었다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스콘은 열기 아래서 느리게 익어가고 있고
산소가 부족한 것 같지 않니
창문은 바깥으로 열리고 찰나는 안으로 들어온다 닫는 일을 잊는다 무엇이든 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