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서사
개가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철길이 있었다 한 번도 기차가 오지 않았다 까마득한 철길 끝에서 개가 왔다 골목으로 숨어들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은행잎이 노랗게 흐드러졌다 이듬해에는 누런 개가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아이들과 나는 칠이 벗겨진 난간 사이를 넘어가곤 했다 선로 위에서 중심잡기 연습을 했다
아이들은 공가에 숨어들었다 우편함 속을 나뭇가지로 가득 채워두고 달아났다 삐져나온 철골과 나무 사이를 전쟁터라 믿었다 빈민굴의 아이들처럼 서로를 쫓았다 깔깔깔 웃으며 뒤엉킨 소굴을 타넘었다 총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개의 뒤통수를 조준해 개의 발꿈치를 조준해
밤에는 혼자 철길에 나가지 마 항상 무기를 챙기렴
아버지는 가끔 검은 봉지를 들고 왔다 몸이 약해서 나를 위해 잡아 온 놈이라고, 냄비에 푹푹 찌는 냄새가 집안에 배었다 국물 속의 고기를 찢어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비비탄이 굴러다니는 듯했다 몸속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가끔 열린 대문 틈으로 개가 찾아왔다 늦은 태풍도 함께 왔다 대문이 울부짖듯 펄떡였고
난간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워질 때쯤에 철길이 사라졌다 낙엽이 선로를 덮었다
깊이 박힌 뿌리 아래에 철길이 있고 더 아래에는 뼈가 묻혀 있다고 했다
문밖에서 빗방울을 가로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 비비탄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거기가 어디인가요? 누군가 물으면 주소는 철길 앞집이었다